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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4/07 연예인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
가수 ‘아이비’는 요즘 여러분의 자녀들이 가장 열광하는 연예인 스타다. 뛰어난 가창력과 섹시 댄스를 겸비한 그녀는 ‘오늘밤 일’ ‘바본가봐’ ‘아하’ ‘유혹의 소나타’ ‘이럴거면’ 등으로 가요계를 석권하고 있다. 스타 연예인이 되는 것은 과연 개인의 타고난 자질로만 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아이비를 통해 스타 연예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감추어진 내막을 추적해본다.
2001년 3월까지만 해도 아이비는 본명(本名) 박은혜라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요즘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가수의 꿈을 갖고 있었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같은 과(科) 친구인 탤런트 J씨의 소개로 찾아간 곳은 연예기획사(팬텀엔터테인먼트)였다.
아이비는 연예기획사 대표 이도형씨 앞에 섰다. 즉석에서 가수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 등 20여 곡을 불렀다. 이 대표는 “다음에 오라”는 한마디만 남겼다. 퇴짜를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이를 다음 번에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실용음악학원에 등록해 발성(發聲)과 표현력을 집중적으로 훈련하기 시작했다.
6개월 뒤 아이비는 다시 기획사로 찾아왔다. 이씨는 “당시 아이비는 가수가 되려는 의지만 대단했을뿐 음색(音色)이 너무 단조로워 첫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비는 ‘연습생’으로 받아들여졌다. 연습생이란 기획사가 연예인 지망생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 일정 기간 훈련을 하도록 배려한 뒤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인턴과정인 셈이다.
이씨는 “연습생 중 가능성이 보이면 자취방이나 아파트 전세를 얻어주고 용돈을 주는 등 지원을 한다”며 “연예인이라는 게 20~30% 정도는 본인의 노력, 나머지 70~80%는 기획사의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는 방 2개짜리 숙소를 구해 소속사 탤런트인 여중생과 같이 살도록 했다. 기획사측은 “그 여중생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아이비를 임시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금과 아파트 관리비를 대주었지만 용돈은 거의 주지 않았다. 그런데 대성하리라고 기대했던 여중생 탤런트는 갈수록 재능이 떨어졌고, 오히려 아이비가 더 재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이후 ‘연습생’ 아이비는 기획사의 스케줄에 따라 조련됐다.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아침 6시에 일어나 양재천을 따라 10㎞ 조깅하기, 줄넘기 1000회 이상, 스트레칭 2시간 등 체력훈련에 돌입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가요를 들으며 모창을 계속했다. 당초 아이비는 발라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요즘 유행하는 댄스가수가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기획사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아이비에게 댄스를 배우라고 지시했다. 체육 담당 트레이너 등 4명이 배당됐다. 다리를 180도 벌리는 일명 ‘다리 찢기’를 위해 트레이너들은 아이비의 사지를 잡고 수 백 차례 비틀고 늘리기를 반복했다.
“양쪽 허벅지 안쪽이 새까맣게 멍이 들었지요.” 아프다고 말하면 그들은 ‘처음에는 다 그런거야’하며 무시했다.
당시 일과는 새벽 양재천을 따라 조깅을 하고, 발성 연습하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춤을 배웠다. 그리고는 노래방에서 온갖 노래를 다 불렀다. 저녁이 되면 요가를 하고 다시 춤을 췄다.
아이비는 지난 2001년 연습생 계약 이후부터 하루 일과표를 매니저에게 제출해야 했다. A4용지 한 장에 아침 조깅 등 훈련과정과 몸무게 변화 등을 낱낱이 기록했다. 철저한 사생활 관리를 위해서였다. 아이비가 매일 제출한 일지는 지금도 연습실에 보관돼있다. 가령 2004년 9월20일 일과표는 이렇다.
오전 6시 기상 운동→오전 8시30분~10시 집으로 이동 샤워 후 연습실 이동 →10시~11시 발성연습 →11시~12시30분 노래연습 →12시30분~오후 1시20분 식사→1시20분~2시 안무실 이동→오후2시~3시 안무수업→ 3시~4시30분 노래연습→ 4시30분~7시 안무수업→ 8시~10시 노래연습, 피아노연습→10시~11시 잡지 스크랩→ 11시~12시 노래연습→12시~오전 1시 가요듣기 등이다.
데뷔 직전까지 이런 생활이 지속됐다. 그녀는 “앞날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는 시간이었지만 연예기획사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준 것은 언젠가 나를 무대에 세우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확신은 가졌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측은 2005년 2월 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에게 아이비를 소개했다. 박씨는 직접 ‘아이비’라는 예명(藝名)을 지어주며 레슨을 했다. 다음달 박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1개월간 마이클 잭슨의 안무가인 파티마 로빈슨의 특별지도를 받기도 했다. 거기서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하고 돌아왔다.2005년 7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다. 아이비의 노래 실력에다 기획사가 내세운 고급화한 섹시 이미지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기획사는 이국적인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려고 진한 화장도 못하게 했다. 지나친 노출도 금지시켰다. 아이비는 그 해 SBS 등 방송사의 신인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바본가 봐’의 온라인 수입이 15억 원에 이른 것을 비롯해, 1집 전체 곡의 온라인 수입이 20억 원에 달했다. 여기에 6개 CF출연료가 10억 원…. 그녀가 1년6개월여 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30억 원이었다.
지난 2월, 아이비는 2집 앨범 ‘어 스위트 모먼트’를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복귀했다. 앨범 수록곡 14곡 모두 온라인 랭킹 100위 내 진입했고 타이틀곡 ‘유혹의 소나타’와 발라드곡 ‘이럴거면’은 각종 차트에서 정상권에 올랐다. 2집 발매와 함께 리복의 글로벌 캠페인 한국 모델로 발탁됐다. 아이비 소속 기획사는 올 한해 그가 벌어들일 수입이 7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그의 삶은 완전히 변했다. 서울 강남 삼성동의 30평형대 아파트에서 여동생과 생활하고 있다. 이동할 때면 ‘스타크래프트’라는 최고급 외제 밴을 탄다. 그가 입는 무대 의상 한 벌은 1000만원이 넘는다. 연예인으로 최고의 조명과 대우를 받는다.
아이비는 스타가 되기까지 약 4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기획사가 아이비에게 투자한 금액은 15억 원 정도라고 말한다. 투자액 대부분은 아파트 전세비와 레슨비 등으로 소요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미 앨범 1집으로 그녀에 대한 투자금은 거의 환수했다”며 “이제부터는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기획사는 아이비가 데뷔하는 시점에서 5년 계약을 했다. 수익 배분은 최초 3분1 기간은 기획사와 아이비가 6대4로, 중간 3분의1은 5대5, 마지막 3분의1은 4대6으로 나누게 된다.
그러나 아이비는 드물게 행운을 잡은 경우다. 연예기획사측은 “매달 실시하는 오디션에 1000여명의 지원자가 몰리지만 오디션을 통과하는 연예인 후보는 1년에 1~2명 수준”이라며 “약 1만 대(對)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후보가 된다 해도 데뷔에 성공하는 비율은 10% 이고, 그렇게 데뷔해도 90% 이상은 반짝 스타로 끝나거나 소리없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밤 10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정인빌딩. 사무실은 대낮처럼 훤하다. 이곳은 아이비의 24시간을 관리하는 연예기획사다. 오전 운동 일정과 춤 연습, 언론 인터뷰와 방송 출연까지 아이비라는 존재를 끊임없이 내세우는 전략을 오늘도 세우고 있다.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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